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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승마동아리 마왕 몽골 승마🐴 여행기 Vol.4해외여행/몽골 승마 여행 2023. 3. 11. 12:00
허르헉과 래프팅의 여파로 부상자가 속출한 관계로 원래 오후까지 진행하려고 했던 승마는 점심 정도까지만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아파서 게르에서 쉬는 부원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단촐하게 출발했다. 누구보다 몽골에 오고 싶어했던 Y와 S가 아파서 기승을 포기했다. 어쩐지 계속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다. 어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마부님들은 아직도 흥이 많이 나 있었다. 부원들 역시 몽골 초원에서의 마지막 기승인만큼 굉장히 파이팅이 넘쳤다.
다시 돌아와 이 곳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게르를 보는건 아니지만, 어쩐지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Y, S, J가 함께 지냈던 20번 게르. 괜히 센치해져가지고는 게르로 앞 계단의 민들레까지 찍었다. 이 곳의 사소한 하나까지도 마음에 담아서 오래 간직하고 싶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게르 내부를 찍은 사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게르 내부에서도 셀카를 많이 찍었다 (하지만 건질만한게 없어서 블로그에서는 생략!) 마부들과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샌배노 (San-bain-no) 가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첫 날 보마씨에게 배웠지만 써먹을 일이 없었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마부님들이 말을 몰고와서 묶어두는 이 곳, 그리고 이 곳으로 내려가는 길도 마지막이다. 일렬로 묶여있는 말들을 보니 첫 날의 설렘과는 또 다른, 익숙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참, 이 곳의 말들은 이름이 없다고 한다. 어제 보마씨에게 물었더니 그렇게 답해주었다. 편한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면 된다고 했다. 3일 내내 나와 함께했던 말의 이름을 투칸이라고 붙여주었다. 궁평 캠프에 있는 칸이라는 말과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갈기 모양을 가지고 있고 (비록 색은 다르지만), 활발한 성향까지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칸은 궁평에서 구보를 배우면서 가장 자주 탔던 말이다. 마침 몽골 이름이기도 해서 내가 탔던 말을 투칸이라고 불렀다. 말이 고갯짓을 심하게 할때는 답정너 놀이를 하기도 했다. "너도 나 좋지?" (끄덕) "나 안떨굴거지?" (끄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날도 안전 또 안전! 말을 타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 드디어 Y가 미친 추진력을 발휘해서 만든 이 셔츠가 빛을 발했다. 왼쪽 가슴에는 몽골 국기의 문양이, 그리고 뒷면에는 MAWANG x MONGOLIA라고 쓰여있는 단체 셔츠를 입고 다같이 말을 타러 나서니 뭔가 선수단(?) 같기도 하고 괜히 뿌듯했다. 부원들이 모두 함께 입고 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년에 또 추진하자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보마씨는 이 셔츠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는데 (아마도 몽골 국기 문양 때문이었을까) 마침 취소자 셔츠가 남아서 선물로 드렸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기승인 만큼 좀 더 용기를 내서 구보를 많이 했다. 보마씨는 내리막에서는 뛰면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흥이 난 마부들과 우리는 사고 난 사람이 없어 다행일 정도로 꽤 빨리 다녔다. C는 "우르이히히히히이이이익이힛!" 하는 소몰이 소리를 내며 말들을 몰았는데 꼭 현지 마부같았다. 내 말은 복대를 조이고 나니 안장이 삐뚤었는지 계속 오른쪽으로 걸었다. 나는 복대가 풀리거나 패드가 빠질까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부원들은 훨씬 여유롭게 기승하는 모습이었다. 보마씨가 알려준 몽골식 승마자세 (엉덩이가 아프지 않도록 번갈아가며 한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허벅지로 앉는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배어나왔다.
중간 휴식! 말 고삐를 고삐끼리 묶어둬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휴식이 끝나고 쉴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구보를 뛰었다. 길도 없는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달렸는데, 이제 구보가 무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습보로 나가면 너무 무서워서 고삐를 자꾸 당기게 되었다. (그러나 내 말은 내가 고삐를 당기던 말던 속도가 잘 줄지 않았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계속 뛰어야 성이 차는 모양이었다. 저 멀리까지 구보로 갔다가 다시 구보로 돌아왔고, 나무 아래서 쉬던 그룹과 합쳐서 캠프로 귀환했다.
귀환하던 길에 구보를 하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목에서 팔까지 걸어놓은 카메라가 떨어지는순간 "앗!" 했지만 카메라 걱정보다는 뒷 사람 낙마 걱정이 되었다. (
내 말은 빠른 속도에 흥분해서 내가 카메라를 떨어뜨린걸 눈치도 못 챈것 같았다.) 큰 목소리로 "뒤에 괜찮아?" 라고 외쳤는데 "너 카메라 떨어졌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 "카메라 말고 낙마한사람 없냐고!!!!" 라고 했는데 다행히 카메라는 무게가 있고, 날아가는 물체가 아니다보니, 말들도 그냥 이게 돌이려니 한 것 같았다. 산체르가 카메라를 주워서 가져다 주었는데, 다행히 크게 고장난 곳도 없었다(역시 삼성 튼튼....)
그 외에도 재밌는 일이 있었다. 아파서 말을 타지 못한 S 대신 S의 말을 탄 YM은 J의 말을 이겨보겠다고 열심히 따라갔지만, 결국 그건 J의 말을 더 자극시킨 꼴이 되었고, J의 말과 우연히 뒤따르던 NY의 말이 정말 미친 속도로 달려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캠프에 도착하고 보니 그들은 이미 30분 전에 캠프에 도착해서 샤워까지 마쳤다고 한다. 게르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깨워서 단체사진을 남겼다. 늦게 오는 사람에게는 츄!! 츄!!! 를 외쳤다 ㅋㅋㅋㅋㅋㅋ
캠프로 돌아와 짐을 싸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완전 몽골식! 나는 개인적으로 한식을 줄때보다 몽골식을 줄 때가 더 좋았다. 소고기를 넣어 만든 국수와 (꽤 담백한 편이었다) 각종 만두를 주셨다. 찐만두는 양고기로 만든 것이고, 튀긴 만두는 소고기로 만든 것인데 어제 허르헉의 파장으로 인해 양고기에는 차마 손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납작하게 튀긴 만두가 특히 맛있었다! 자칫 비리거나 느끼할 수 있는 맛을 밸런스 시켜줄 샐러드를 주신 것도 정말 센스있었다. 여러모로 이 곳 캠프에서의 마지막 식단으로 정말 적절했던 것 같다.
빌렸던 장비를 반납하고, 짐을 싸서 버스에 싣고 떠날 준비를 했다. 남는 투그릭을 걷어 마부님들께 전달드렸다. 몽골은 생각보다 물가가 비싸고, 애초에 투그릭 권장 환전량이 5만원이었던 탓에 팁이 많이 걷히지 않았던 것 같다. 차라리 미리 담배나 보드카를 준비해서 선물로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마부님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랐다. 정든 테렐지 국립공원과 작별할 시간. 차 멀미가 심한 편이라 잠을 잤어야 했지만 어쩐지 계속 창밖을 보게 되었다.
울란바토르로 가던 길에 거북바위에 들러서 단체 사진을 남겼다. 거북바위는 테렐지 국립공원의 명물으로, 멀리서 보면 거북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곳에서 잠시 내려 단체 사진을 찍었다. 보마씨는 바쁘다고 우리를 보채는 와중에도 할 것은 다 해주었다. 거북 바위를 지나 이제는 익숙한 2차선 고속도로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울란바토르에 거의 다 와서 YS가 창 밖을 보며 저게 뭐냐고 물어봤다. 보마씨는 운전수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잠시 내려서 보고 가자고 했다. 알고보니 이 곳은 자이산 전망대 (Zaisan Monument)였다. 자이산 전망대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러시아군과 몽골군이 독일군과 일본군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보마씨는 중간까지만 올라가보자고 했지만 어느덧 사람들은 빡센 승마로 후들거리는 다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자이산 전망대 위에 올라가면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생각보다 고층 건물이 많아 일산이나 분당같은 신도시를 보는 듯 했다. 내내 탁 트인 초원에 있다가 울란바토르를 보니 새삼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서울에 가면 또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다. 올라올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몇 번 다리가 풀릴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막상 올라와보니 상쾌했다. 울란바토르에서의 유일한 관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 자이산 전망대! 울란바토르는 딱히 볼게 없다고 하지만 다음에 오면 울란바토르도 조금 더 둘러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망대 내부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러시아군과 몽골군이 독일군을 쳐부수는 내용이다. 하켄크로이츠와 욱일승천기가 바닥에 내려꽂히는 모습이 웅장하게 묘사되어있다.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할때 러시아와의 유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새삼 이런 부분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내로 들어와 기념품 가게에 들어왔다. 몽골 공항은 면세점이 크지 않아 실질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투그릭을 털어서 모두 사용했다. 나는 원래 여행지마다 인형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 인형과 엽서, 회사 사람들에게 돌릴 초콜릿 등을 샀다. YS는 내가 자꾸 쓸데없는걸 산다고 투덜거렸지만 결국 본인 주변에 줄 선물이 부족해서 내가 산 초콜렛을 가져갔다.
(자고로 여행지에서는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NOW OR NEVER일 수 도 있는데!)말을 모티프로 만든 체스판, 운세를 볼 수 있는 뼈조각 등 굉장히 다양한 물건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기념품 가게 옆에는 몽골의 특산품(?)인 캐시미어를 파는 공장이 있었는데, 학생인 우리에게는 비쌌기 때문에 대부분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고 주변인의 선물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샤브샤브였다. 어쩐지 한국식 샤브샤브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개인 냄비를 사용하는 샤브샤브여서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허르헉 파동으로 인해 양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많았지만, 소고기와 닭고기까지 고기 3종이 나왔고, 각종 야채가 있었기 때문에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인기가 꽤나 좋은 식당인지 조금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이 대부분 양고기를 피했기 때문에 나는 양고기를 많이 먹으려고 했다 (보마씨는 이 곳이 여행사에서 지속적으로 오고 있는 식당이라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나는 아마 평생 먹은 양고기의 양보다 몽골 와서 먹은 양고기의 양이 더 많을 것 같다. 내가 양고기를 잘 못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스스로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샤브샤브용 양고기는 얇게 썰어서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마사지를 신청한 사람들은 마사지를 받으러 출발하고, 나머지는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J-Hotel인데 시설이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뜨거운물이 끊기지 않고 콸콸 나와서 감동이었다) 마사지 역시 한국식 업소였다. 마사지를 해주시는 분들은 학생 아르바이트분들도 계셨던 것 같은데 어떤 알바분이 해주셨냐에 따라 마사지 만족도가 달랐다. 약간 알바 따라 복불복이랄까. 나를 마사지 해주신 분은 내가 인상을 조금만 찌푸려도 그 곳은 다시 건드리지 않으셔서 (배려심 돋음) 최대한 포커페이스로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반면 어떤 마사지사 분들은 아프다고 하면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주셨다고! 마사지는 $3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미리 예약하는 편이 여행사에서 준비해주시기에 수월하다. 한시간 전신마사지에 $30이면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승마로 인해 뭉친 근육을 풀고 싶다면 받을 것을 추천한다.
마사지가 끝나고 호텔로 들어와 씻고 마지막 밤을 즐겼다. YS는 몸이 좋지 않았는지 일찍부터 곯아 떨어졌고, 난 잠시 인사를 하러 1210호에 들른다는 것이 거기서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떨며 술을 마셨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는 수다를 떨다가 꾸벅꾸벅 조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추억을 나누며 수다를 떨고, 내년에 또 올 것을 기약했다.
📝 Epilogue
우리가 몽골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있어 꽤 위험한 상황까지 갔던 모양이다. 호텔에서 핸드폰을 켜고 와이파이를 잡는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핸드폰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됬던 시간들이 이렇게나 행복했을 줄이야. 우리는 다 같이 비행기표 날짜 바꿔서 고비팀을 따라가야하는게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 몽골이 한국보다 안전한 것 같다고.
다시 한국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니 몽골의 푸른 초원에서 말을 달리던 시간들이 꿈만 같다. 숲길을 걸을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느껴지던 바람 소리, 나무 흔들리는 소리, 찌르르 울던 풀벌레 소리, 터벅터벅 걷던 말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말의 숨소리. 몽골에서의 시간들을 다시 꺼내볼 때마다 꼭 다시 몽골에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승마동아리 '마왕'의 몽골 여행을 맡아준 여행사 투어플러스 몽골
** 2015년에 작성했던 여행기입니다. 여러 블로그를 거쳐 이곳으로 옮겨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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