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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부탄] Vol 4-2. 부탄 2일차 (황금빛 도시 푸나카 탐방)해외여행/여자 혼자 부탄 2023. 2. 24. 12:00
여행 기간: 2017.10.21 ~ 2017.10.29 (8박 9일)
멀미에 시달리며 두시간 반을 달린 끝에 드디어 푸나카 (Punakha) 도착! 푸나카는 팀푸에 비해 정말 시골스럽다. 팀푸도 엄청 도시스럽진 않은데... 한국으로 따지면 팀푸는 그래도 지방 도시 같고, 푸나카는 면단위 마을 같다. 도착하자마자 관광객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전날과 비슷한 메뉴이기도 하고 멀미도 가시지 않아서 사진도 안 찍고 대충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마을을 구경했는데, 남근 그림들이 여기저기 잔뜩 그려져 있었다. 부탄의 전통에 따르면, 남근 모양은 악귀와 나쁜 소문을 쫓아준다고 한다. 마을 전체에 남근이 그려져있다 못해, 심지어 목각 남근 조각을 파는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ㅎㅎ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모르겠는 신선한 경험이였다.고추 그림들을 뒤로 한 채 황금빛 들판을 걸어 치미라캉 사원으로 향했다. 황금빛 들판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분위기의 농촌 마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2모작이 가능한 아열대 기후인 푸나카는 부탄에서 가장 풍요로운 곡창지대라고 한다. 내가 방문한 10월은 이제 막 추수가 끝난 직후였는데, 곳곳에서 추수가 마무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추수가 끝나면 다음 농사를 위해 땅을 태우는 경우도 있단다.치미라캉 사원은 "Divine madman (성스러운 미친놈? ㅋㅋ)"이라는 별명을 가진 드럭파 쿤리라는 스님이 15세기에 세운 사원이다. 한국에선 보통 저렇게까지는 안 쓰고 "요승" 정도로 부르는 것 같다. 치미라캉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도출라 고개 (4-1편 참조)에 악귀가 출몰해 사람을 해치며 사람들이 고개를 넘어다니지 못하게 하자, 드럭파 쿤리가 그 악귀를 금강저로 제압해 현재 치미라캉 자리 근처에 있는 바위에 봉인했다. 금강저는 일종의 요술봉이다.
(손오공의 요술봉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드럭파 쿤리는 바위 근처에 초르텐을 지었고, 나중에 드럭파 쿤리의 사촌이 그를 기리기 위해 치미라캉 (Chimi Lhakhang)을 마저 지었다고 한다.사원 자체는 매우 아담하다. 아이를 못 낳는 사람이 치미라캉에서 기도를 드리면 아이가 생긴다는 전설이 있어서 참배객이 많다. 전통적으로는 25cm 정도 되는 목각 고추 조각으로 참배객의 머리를 내리친다고 한다. 뭔가 아이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고 기분이 나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치미라캉 사원을 간단히 구경하고 푸나카 종(Punakah Dzhong)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룽다가 걸려있어서 너무 아름다웠다. 부탄의 가을 들판 + 룽다는 진리인 것 같다ㅠㅠㅠ 여행 내내 룽다 사진을 오조오억장은 찍은 것 같다. 이 길에서 부탄 여행 중 유일하게 한국 사람을 만났다. 비구 스님들셨는데, 불교 수행 여행을 오셨다고 했다. 어디까지 가는지 일정을 물었다. 스님들께서는 나보다 더 오래 계실 예정이었다. 여자 혼자 왔다고 하니 스님들이 매우 신기해 하셨다. 보통 해외여행 가서 한국사람 만나면 피하게 되는데, 부탄은 워낙 한국인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3-2편에서 따쉬초 종을 소개하며 설명했듯, '종'은 '요새' 또는 '성'으로 그 지역의 행정적 종교적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푸나카 종은 부탄에서 두번째로 크고, 두번째로 오래된 종인데,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1955년, 부탄의 수도가 팀푸로 이전되기 전까지 푸나카 종은 정부의 행정 중심지였다. 부탄 초대 국왕의 즉위식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고, 현 국왕인 제5대 국왕이 이 곳에서 결혼식을 치뤘다. 유명한 유적지 답게 부탄 화폐에도 실려있는데, 100 눌트럼의 뒷면 건축물이 바로 푸나카 종이다.
푸나카 종은 정말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부탄에서 방문했던 모든 유적지 중에서는 푸나카 종이 제일 좋았다. 목조 건물에 세밀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화려한 듯 소박한 부탄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나무는 살짝 붉은 빛이 도는데, 승려들의 의복도 붉은 빛이라서 보고있으면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 승려들은 다양한 나이대인데, 엄청 어린 동자승들도 있었다. 내가 자꾸 쳐다봐서 그런지 동자승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푸나카 종'의 원래 이름은 '풍탕 데첸 포드랑'(Pungthang Dechen Phodrang)인데, '행복이 가득한 성'이라는 뜻이다. 과연 부탄다운 이름이다.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서, 행복이 가득해지는 느낌이었다.
푸나카 종은 지리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바로 모츄(엄마강)와 포츄(아빠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담아내려면 항공촬영 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 같지만 혹시 부탄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드론으로 담아보고 싶다.
"츄"는 종카로 "강"이라고 한다. 엄마가 "모"인 것은 한국어와 똑같다는 점이 재밌다.
너무 늦어지기 전에 다시 팀푸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나무로 된 흔들다리를 건넜는데, 다리 근처에 유독 개들이 많았다. 사람이 지나가던 말던 만사 귀찮아하는 부탄 개님들... 순둥한 매력이 부탄의 온화함과 닮아있다.
내가 관광객 식당 음식이 지겹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처음으로 부탄 현지 음식을 먹으러 갔다. 수자와 에마다치, 내장(?) 요리를 먹었다. '버터 티'라고도 불리는 부탄의 전통 차 수자(Suja)는 찻잎을 우린 뒤 야크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든다. 그래서인지 살짝 짠 맛이 있다. 버터 때문에 약간 크리미한 맛이 나는데 찻잎의 향은 강하지 않아서 먹을 만 했다. 인도의 짜이와는 또 완전히 다른 맛이다. 짜이보다는 훨씬 묽고, 많이 마시면 살 찔 것 같은 든든한 맛이랄까.
에마다치(Ema Datchi)는 부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에마"는 종카로 "고추", "다치"는 "치즈"라는 뜻이니 음식 이름은 꽤나 직관적이다. 흔히 한국에서는 부탄의 '김치'라고 불리는데, 만드는 방법이나 맛은 김치와 별 관련이 없고 그만큼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라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추와 치즈로 만든 음식으로, 보통은 밥에 비벼먹는데 생각보다 엄청 맵지만 꽤 맛있었다.
푸나카 당일치기?
만약 내가 부탄을 다시 간다면 푸나카에서 1박은 꼭 할 것 같다. 우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ㅠㅠ 1박 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목가적인 분위기를 더 즐겨보고 싶다. 그리고 푸나카에는 캄섬율레남걀 초르텐 (Khamsum Yulley Namgyal Choeten) 등 못가본 곳도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당일치기로 팀푸 왕복을 하기엔 5시간 정도 차에서 보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멀미도 문제였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는 그냥 차에서 잤다. 어차피 길이 어두워지면 도로에 가로등이 잘 안되어 있어서 헤드라이트 너머로는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미련없이 바로 잤다....
▼ 가이드 몰래 혼자 팀푸 돌아다니다 길 잃어버려서 택시 탄 썰 풉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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