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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부탄] Vol 5-2. 부탄 3일차 (템플스테이 대신 어때!? 가이드의 수도승 사촌 방문기)해외여행/여자 혼자 부탄 2023. 2. 25. 12:00
여행 기간: 2017.10.21 ~ 2017.10.29 (8박 9일)
<[2] 일정짜기 및 비용편>부터 읽었다면 이미 알겠지만, 부탄 여행을 계획하며 나는 원래 템플 스테이를 일정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 방문객이 하루 묵을 수 있는 사원이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해서 템플 스테이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사실 템플 스테이가 엄~~청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그냥 부탄이 불교 국가이고 하니 하루쯤 템플 스테이를 해도 나쁘지 않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거절 당했을 때도 크게 상처받지 않았는데, 현지 여행사 쪽에선 아무래도 마음이 쓰였나보다.
오늘의 이 코스(?)는 아무래도 현지 여행사 쪽에서 템플 스테이를 못 넣어준 대신 넣어주신 것 같은데, 바로 탱고 수도원 (Tango Monastery)으로 부탄의 수도승을 방문하러 가는 것이었다. 이 수도승은 가이드 상게의 사촌이라서 일종의 지인 찬스라고 할 수 있다.
탱고 곰파 (Tango Gompa)는 팀푸에서 북쪽으로 14km 정도 떨어진 곳에 체리 산 (Cheri Mountain)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티벳 불교인 드룩파 카규 종파의 수도원이며,13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사원인 "라캉 (Lhakhang)"과는 달리 "곰파 (Gompa)"는 수도원이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사원보다 참배객은 적고, 수행하는 수도승이 많다. 후기를 보니 관광객을 막지는 않지만, 관광객이 흔히 가는 곳도 아니긴 하다.
탱고 곰파는 지그메 도르지 국립공원 안에 있는데, 수도원까지는 도로에서 1시간 정도 등산을 해서 올라가야 한다. 길이 엄청 험한 편은 아니라서 등산 초보자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나무마다 룽다가 걸려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탱고 수도원에서 "탱고"는 말의 머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수도원에 신격화된 "탄딘 (Tandin)" 혹은 하야계리바 (Hayagriva)를 딴 이름이다. 한국어로는 마두관음이고, 6관음 중 하나로 축생을 교화하여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도원의 이름에 걸맞게 말머리 조각을 볼 수 있었다.
길가의 꽃도 감상하고 룽다도 보면서 천천히 산길을 올랐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색감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을에 부탄 등산 = 진리이다. 사람들은 보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말 때문에 부탄에 꽂히지만, 그건 사실 여행자가 단기간에 느끼기에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이다.
(현지인들 중에서도 그냥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내가 부탄에 다시 간다면 그건 100% 자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등산 많이 다니는 사람에게 부탄은 정말 등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쉼터까지 올라왔음 사실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 없다. 막판 스퍼트로 쭉쭉 산을 더 올랐다. 수도원이 가까워지자 수도승 분들이 보였다. 사원에 계신 스님들이 나이대가 다양하다면,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20~30대이다. 부탄에서는 승려가 되는 것이 꽤 흔한 일인지, 보통 가족 중에 승려인 사람이 꼭 있다고 했다. 사실 승려들 중에선 다소 가난한 가정 출신이 많다고 하는데, 공짜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다 존경받는 지도자들 밑에서 종교적 가르침을 따르며 살 수 있으니 가족들은 자식이 승려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고 했다. 빠르면 5살부터 동자승으로 들어가 영어와 산스크리트어 등을 배우며 단순하고 수행적인 삶을 살게 된다고 하는데, 나로써는 평생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상상이 안 가긴 했다.
수도원에 가까워오니 산 중간에 불경을 적어둔 게시판(?)들이 종종 보였다. 불경을 공부하시는지 스님들도 많이 모여 계셨다. 이 외에도 종종 짧은 불교 격언을 영어로 적은 표지판들도 있었다.
수도원에 도착해 관람객에게 허가된 범위 내에서 곳곳을 살펴보았다. 전경기 (Prayer Wheel)도 보였다. 상게가 전에 다른 사원에서 전경기 돌리는 법을 알려줬었는데, 수도원의 전경기는 너무 커서 돌려보진 못했다. 많은 수도승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시설이라서 계속 추가로 증축되거나 보수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상게는 걸음이 진짜 빨랐다. 전통 복장인 '고'를 입어서 정장 구두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저 신발을 신고도 힘든 기색 없이 산을 잘도 탔다.
(젊음이 좋은 것인가...)수도원은 소박하고 아름다웠다.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수도승들이 생활하는 공간까지도 다 둘러볼 수 있었는데, 둘러보니 왜 템플 스테이가 어렵다고 했는지 너무 알 것 같았다. 정말로... 나를 재워줄 만한 곳이 없다. 남자 수도승만 가득한 곳에 여자를 두는 것 자체도 조금 문제일 것 같긴 했다. 부탄 불교에도 비구승이 있고, 여성 전용 수도원도 있긴 있는 것 같은데 <[2] 일정짜기 및 비용편>에서도 적었듯, 그냥 부탄에선 한국처럼 템플스테이가 상업화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수도원을 방문해 보니, 내 무지한 요구사항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어떻게든 반영해주려고 노력한 타쉬투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수도원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상게의 사촌과 만났다. 선한 인상의 스님은 수행하면서 영어도 배우셔서 그런지 영어를 꽤 잘 하셨다. 감사하게도 티타임에 초대해주시고 다과도 내어주셨다. 허브차와 비스킷, 쌀튀밥인 자오 (zaow)를 먹었다. 상게가 나에게 부탄 불교에 대해 궁금한게 있으면 뭐든 사촌에게 물어봐도 된다고 했다. 사실 나는 불교에 대해서 잘 몰라서 크게 여쭤볼 만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학생(?)이 나 밖에 없었기에 머리를 쥐어짜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스님은 친절하고 모호한 답들을 해주셨다.
11시쯤 출발해서 탱고 곰파로 가기 시작했는데, 내려와서 보니 거의 4시가 다 되어있었다. 상게와 파쌍에게 정말 고마운 점은 나를 전혀 재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멈춰서 꽃을 구경하면 그런대로, 룽다를 수십 장째 찍어도 그런대로... 본인들이 생각한 일정보다 늦어져도 그냥 내가 내 속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 주었다. 아무리 관광객이 나 혼자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너무 당연한 듯 우선 기다려주고 나중에 말해줘서 (사실 우리 늦었어~ㅎㅎ)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차가 진입 가능한 도로까지 내려오니 파쌍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또 엄청난 뷰포인트이기도 했는데, 다르촉 (Darchog)과 룽다 사이로 팀푸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붓다 도르덴마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멋진 뷰를 감상하며 파노라마 샷도 찍어보았다. 상게, 파쌍과 함께 셋 다 나오는 파노라마를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귀신샷만 잔뜩 나오고 성공작이 없다ㅎㅎㅎ 그래도 다들 즐거워했다. 파노라마 실패작만 잔뜩 남기고, 오늘 밤 하루를 보낼 팜스테이 호스트의 집으로 출발했다.
▼ 존맛탱 부탄 가정식부터 충격의 핫스톤 배쓰까지 100% 솔직한 부탄 팜스테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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