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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부탄] Vol 5-1. 부탄 3일차 (가이드 몰래 팀푸 탐방하다 길 잃은 썰)해외여행/여자 혼자 부탄 2023. 2. 25. 10:48
여행 기간: 2017.10.21 ~ 2017.10.29 (8박 9일)
부탄 여행 3일차! 오늘은 팀푸를 떠나는 날이다. 체크아웃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내려와 호텔 조식을 먹었다. 전날과 비슷한 메뉴인데 시금치가 있어서 잔뜩 퍼다 먹었다. 생각보다 푸른 야채나 과일을 먹을 일이 없어서 과일이 땡겼다.
오늘은 전날보다 가이드랑 만나는 시간을 좀 늦게 잡았다. 어제 푸나카에 다녀오며 멀미도 하고 피곤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사실 그건 뻥이고 나름의 다른 속셈(?)이 있었다. 바로, 가이드 없이 혼자 동네 마실 다녀보기!! 상게랑은 죽이 잘 맞아서 부탄에 대한 이야기 말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서로 장난도 치고, 대체로 잘 놀긴 했지만 뭔가... 가이드가 항~상 함께하는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자유의지로 다닐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뭔가를 보고 있으면 그거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사진 찍어줄까?" 물어보고, 어떤 방향으로 좀만 걸어가면 내가 뭐 필요한게 있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계속 물어보는 배려(?)가 한편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관광객 1인에 가이드 1명이라, 나 말고 챙길 사람이 없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혼자 자유롭게 동네를 걸어보며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커피도 한잔 사 마시고 그런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상게에겐 10시에 만나자고 해놓고 나는 8시부터 호텔에서 나와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남의 집 구경. 노란 벽도, 화분도, 줄에 널어둔 고추도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부탄의 아파트와 주택도 구경하고, 길가에 핀 꽃들도 구경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지붕에 붉은 고추를 잔뜩 널어 말리고 있는 모습이 한국과 비슷했다. 부탄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만큼이나 고추를 많이 먹는 것 같다. 길을 가다 한국 음식점도 보았다. "산마루"라는 곳이었는데, 사진으로 남겨두진 않았다. 상게가 종종 나에게 "한국 음식 먹고 싶지 않아?"라고 물어봤는데, 아마 먹고 싶다고 했으면 관광객 식당 대신 저기를 데려갔을 것 같다. 해바라기 사진 찍은 곳 옆에는 중국 음식점도 있었다.
부탄의 인간 신호등(?)도 구경했다. 부탄에는 신호등이 없고, 교통 경찰이 사거리에 있는 정자(?) 같은 곳에 들어가서 수신호로 교통을 정리한다. 저래도 될까 싶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등교 시간이 되었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왔다. 전통을 사랑하는 나라답게 교복도 전통 복장이었다. 여성의 전통 의상은 '키라' 남성의 전통 의상은 '고'라고 부른다. 표지판 속 사람 그림까지도 다 전통 복장을 입고 있어서 귀여웠다.
Bakery & Coffee라는 간판을 보고 신나게 커피를 사마시러 갔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카페가 닫혀 있었다. 다른 카페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대신 동네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외국인이 혼자 돌아다니니까 가게 주인이 신기해하셨다. "쿠즈장포 라" (안녕하세요) 이후로는 말이 안 통해서 손짓 발짓으로 계산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으며 한량처럼 학교 가는 아이들을 구경했고, 아마 아이들도 나를 구경한 것 같다.
근처만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신이 나서 돌아다니다 보니 웬 시장에 도착했다. 한 할머니께 모과(?)같이 생긴 과일을 샀다. (나중에 알고보니 구아바라고...) 슬슬 일탈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보려고 했는데 너무 멀리 왔는지 길이 헷갈렸다. 팀푸 시내가 작은 편이라 만만하게 본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로밍도 안했고, 길거리에서 갑자기 와이파이가 잡힐 일도 만무하고. 사람들에게 "도르지 엘리먼트 호텔 어딨어요?" 하고 물어봐도 다들 어깨만 으쓱 하고 지나갔다. 오는 길에 돌아갈 때 참고하려고 랜드마크를 나름 유심히 보면서 왔는데, 한번 길을 잃어버리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돌다 보니 이미 시간도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엄청 가까웠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로밍을 안해온 것은 둘째치고 가이드 핸드폰 번호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택시를 잡았다. 택시기사님께 "도르지 엘리먼트"로 가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별로 안 유명한 호텔인지 전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의 핸드폰을 빌려 구글맵에 주소를 쳐서 보여드렸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구글에 나온 번호로 호텔 로비로 전화를 걸었다. 호텔 직원과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참 종카로 통화를 하더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드디어 이해했다는 뉘앙스로 "아~~아아!!!" 하셨다. 택시기사님이 몇번 슝슝 도니 내가 아는 랜드마크들이 나왔다. 역시 팀푸는 좁다... 패기롭게 일탈을 한 덕에 어쩌다 보니 부탄에서 택시를 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핸드폰도 빌려쓰고 해서 팁까지 넉넉하게 드렸다. 그럼에도 내가 큰 단위 지폐를 사용했는지, 아저씨가 잔돈이 부족하다고 난처해하며 일부는 루피(인도 화폐)로 거슬러 주셨다. 눌트럼과 루피는 1:1로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택시에서 내리니 호텔 밖에서 상게랑 파쌍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호텔 직원에게 들어서 사정을 알고있는 듯 별로 걱정되어 보이진 않았다. 파쌍은 "아까 나 출근하면서 너 봤는데~~"라고 했다. 내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차 안에서 보신 모양이었다. 내가 조금 늦어지자 파쌍이 이미 상게에게 "아~ 괜찮아 걔 아까 보니까 동네 산책하더라고~"하고 말했는데, 얼마 후에 로비로 전화가 오더니 내가 길을 잃어버려서 택시를 탔다고 했단다. 바로 좀 아까 봤는데 길을 잃어버렸다니 둘 다 당황한 모양이다. 상게는 바로 "나한테 전화하지!!"라고 했고, 나는 "응 나도 생각해봤는데 너 번호를 모르더라구!!!!"하며 깔깔 웃었다. 번호를 받아두는 건 내가 유심을 안샀으니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호텔 와이파이를 잡아서 페이스북 친구추가를 맺었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웃긴(?) 해프닝이다.
팀푸를 떠나기 전 상게와 함께 기념품 가게도 가고, 우체국도 갔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자석이랑 귀걸이를 샀고, 우체국에선 엽서를 샀다. 우표를 사려고 했는데 못 사서 내가 엽서를 쓰고 상게한테 주고 가면 상게가 내가 부탄을 떠난 뒤에 한국으로 부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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