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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부탄] Vol 5-3. 부탄 3일차 (부탄 가족과의 팜스테이, 그리고 충격의 핫스톤배쓰!)해외여행/여자 혼자 부탄 2023. 2. 26. 09:53
여행 기간: 2017.10.21 ~ 2017.10.29 (8박 9일)
탱고 수도원을 떠나 시골길을 달려 팜스테이 장소로 향했다. 도착할 무렵엔 이미 해가 져있어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쿠즈장포라~" 인사를 하며 조금은 어색하게 팜스테이 가족을 만났다. 팜스테이 가족은 아빠, 엄마, 할머니 그리고 어린 딸 둘로 구성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처럼 보이는 아이 하나와, 꽤 터울이 져보이는 작은 아이 한 명이었다.
집은 2층인 것 같았는데, 내가 머무른 게스트룸은 1층이었고 2층은 가족 공간인 듯 하다. (올라가본 적 자체가 없다.) 거실도 1층이고, 부엌은 1층이긴 한데 옛날 시골 집처럼 밖에서 따로 분리된(?) 구조였다. 실례가 될까봐 사진은 가급적이면 집주인분들이 근처에 안 계실때만 조금씩 찍었다.
거실의 장식들. 벽과 쇼파가 매우 화려했다. 여행사에서 보내준 자료에 부탄이 수공예품이 유명하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렇군! 싶었다. 과감한 원색들이 나무 집이랑 잘 어울려서 아늑한 느낌이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저녁을 준비해주실 동안 다른 가족들과 거실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었다. 집이 외진 곳에 있다보니 상게와 파쌍도 어차피 따로 갈 곳이 없었고, 다 함께 어울렸다. 둘은 아무래도 관광객이 팜스테이를 오면 함께 올테니, 집주인 아저씨와 종종 보는 사이인듯 이미 친분이 있었다.
아빠와 큰딸은 영어를 어느 정도 잘 하는 편이었고, 엄마와 할머니는 영어가 거의 안되셨다. 부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영어를 좀 잘 하는 편인데, 상게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니 학교가 전부 영어 교과서를 사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영어 시간 뿐만 아니라, 생물, 화학 이런걸 배울 때 교재를 영어로 된 걸 쓰는 것이다. (수업 진행은 종카로 하더라도 교재는 영어를 쓴단다... ) 그렇게 배우면 영어를 못 할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를 읽으려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니까...
큰딸은 K-팝에도 관심이 많았다. 유튜브를 통해 무대 영상을 본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이름을 대며 내가 아는지 물어봤는데, 다행히 대부분 내가 아는 그룹이었다. BTS를 엄청 좋아했다. 역시 월드클래스 BTS인가보다. 내 핸드폰에 한국 노래가 있는지 물었는데, 나는 멜론만 있었고... 로밍도 안해왔고 유심도 안 사서 멜론 스트리밍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대신 노래를 틀었다. (사실 전에 차에서도 상게가 한국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는데 저장된 게 없어서 못 틀어줬었다. 다음에 부탄에 온다면 부탄에서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좀 미리 다운받아 가야겠다.) 큰 딸에게 나중에 한국에 놀러오라고 했더니, 부탄 사람들은 해외에 비자를 받아서 나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초등학생답지 않은 진지한 답이라 놀랐다. "응 그래" 이럴 줄 알았는데... 부탄 사람들은 비자가 잘 안나온다는 답변을 들을 줄이야... 어린 친구가 현실을 너무 빨리 아는 게 아닌가, 저 나이때는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해야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기 전에 수자(Suja)와 자오(Zaow)를 주셨다. 손님이 집에 놀러오면 수자를 대접하는 게 부탄의 문화라고 한다. 수자는 한번 먹어본지라 좀 더 익숙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한잔을 다 마시니 계속 더 마시라고 권하셨다ㅎㅎ 자오는 일종의 쌀튀밥 같은 느낌인데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만한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었다. 아침에 바쁘면 수자에 자오를 시리얼처럼 말아먹기도 한다고 한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저녁 식사로는 밥과 다양한 반찬을 주셨다. 혹시 입에 안 맞는 음식이 있더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처음에는 모든 반찬을 아주 조금만 덜었다. (그리고 수자를 3컵 째 따라주신 지라.. 어쩐지 반찬도 계속 권하실 것 같아서 적은 양으로 n차를 먹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았다...) 어제 먹어본 에마다치와 샤캄 파 혹은 케와다치로 추정되는 고기 요리, 달걀 요리 등을 먹었다. 나는 "처음 보는 음식은 일단 먹어보자" 주의라서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기쁘게 먹었지만!!! 사실 부탄 음식은 전체적으로 유당불내증인 내가 먹기에 치즈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맛은 있는데... 치즈를 조금만 많이 먹어도 바로 배가 아프기 때문에ㅠㅠㅠ 그래도 여행 와서 먹은 것 중에 가장 어쎈틱한 식사였다. 밥을 먹던 중 "술은 마시냐"고 물어보셔서 좋아한다고 하니 부탄의 전통주인 "아라"(Ara)도 주셨다. 아라는 매우 막걸리 같은 맛이었다.
밥을 먹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 "핫스톤 배쓰"(Hot stone bath)를 하기로 했다. 핫스톤 배쓰는 부탄의 전통 목욕법(?)인데 약초를 탄 물에 구운 돌을 넣어서 물을 데워서 하는, 좀 신기한 목욕이다. 피부에 엄청 좋다고 한다. 보통 욕조가 두 칸으로 나눠져 있고 큰 칸이 사람이 들어가는 칸, 작은 칸이 구운 돌을 넣는 칸이다. 칸을 끝까지 막아놓지 않아서 구운 돌 쪽에서 데워진 물이 사람이 있는 쪽 물과 섞이며 따뜻해진다. 핫스톤 배쓰를 하는 곳은 집 안에 있는 것은 아니고 밖에 있는 별도의 공간이었는데 좋게 말하면 창고, 안좋게 말하면 비닐 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미 해가 떨어지고 팜스테이 집에 도착했는데, 저녁 먹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핫스톤 배쓰를 했더니 밖도 엄청 깜깜하고, 그 창고 안도 최소한의 조도라 조금 무서웠다. (근데 그 창고 같은 곳에 불을 밝게 켰으면 아마 주변의 모든 벌레가 모였을 것 같다... 안 밝은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팜스테이집 아저씨가 처음 목욕물을 세팅해주셨고, 물이 식으면 말하라고 하셨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시간을 감안해서 돌을 조금씩 더 넣어줬는데, 내가 여자라 그런지 이후에 돌을 조금씩 더 넣어주는 것은 큰 딸이 해주었다. 근데 뭔가... 일단 너무 어린 친구가 무거운 돌을 넣어주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장소가 어두워서 무섭기도 해서 정말 최소한의 체험만 하고 그만두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팜스테이 가정(어떤 형태든)에서 핫스톤 배쓰 하는 것은 강력하게 비추하고 싶다. 핫스톤 배쓰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그냥 호텔을 하루정도 좀 고급진 곳을 잡아서 하면 약간 일본의 온천같은 느낌이 날 것 같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밝은 날 하기를 권해본다. 보니까 호텔스파에서 핫스톤 배쓰 하면 창밖으로 풍경도 보이고 해서 좀 힐링 느낌이 날 것 같긴 한데, 이렇게 최적의 세팅이라도 밖이 어두우면 별로 힐링되진 않을 것 같다.... (부탄은 가로등이 그닥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밤 되면 특별히 야경이랄 것 이 없이 어둡다. 팀푸 시내 한복판 호텔이라면 얘기가 좀 다를지도!!) 진짜... 나 몽골 게르 샤워장에서도 잘 씻고 다니던 사람인데.... 솔직히 밤에 혼자 창고(?)같은 곳에서 목욕하는 건 좀 담력체험 같았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해서인지 몸이 노곤노곤해져서 밤에 푹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어나보니 주인 부부가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셨다. 딸들도 학교에 가는지 분주했다. 아침 식사로는 볶음밥과 달걀, 에제이 (Ezay)를 주셨다. 에제이는 저 위에 빨간 소스인데, 부탄식 고추장이라고 보면 된다. 인도의 마살라 조합이 가정마다 다 다르듯, 부탄의 에제이도 가정마다 다 나름의 비법과 전통이 있어서 다 맛이 다르다고 한다. 에제이도 에마다치 만큼이나 매일 먹는 음식인데, 대체로 모든 부탄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밥에 비벼먹어도 맛있고 계란에 찍어먹어도 맛있었다.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딘체 라~"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팜스테이 가족과 작별을 했다. 팜스테이 자체는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만약 추수철에 왔다면 추수를 체험해봤어도 재밌었을 것 같고, 요리를 도왔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이런 세세한 부분은 원한다면 사전에 미리 얘기해서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핫스톤 배쓰는... 하하핳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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