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혼자 부탄] Vol 7. 부탄 5일차 (탁상사원을 방문하는 최고의 방법 feat. 붐드라 트레킹 2일차)해외여행/여자 혼자 부탄 2023. 2. 27. 09:30
여행 기간: 2017.10.21 ~ 2017.10.29 (8박 9일)
오늘은 붐드라 트레킹 2일차! 어제 하루종일 운동(?)을 해서인지 텐트에 침대가 푹신해서인지, 꿀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늦은 10월의 쌀쌀한 아침 바람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강아지도 아직 자고, 말도 아직 졸고 있지만 일찍 일어난 새나라의 어린이!
(* 아님)머리는 감을 수 없지만, 고양이 세수랑 양치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근데 사실 1박 정도는 뭐 안씻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ㅎㅎㅎ캠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아지랑 말들과 놀고 있으니 캠프 스탭분들이 아침밥을 먹으라며 부르셨다. 아침밥은 어딜 가나 서양 스타일이다. 토스트에 딸기잼, 땅콩버터, 달걀을 먹었다. 시리얼도 주셨는데 우유를 못 먹어서 패스! 따뜻한 허브차와 함께 먹으니 속이 든든해졌다.
원래 트레킹 2일차는 2~3시간에 걸쳐서 내려가면서 탁상사원에 가는 널럴한 일정인데, 어차피 일찍 눈이 떠지기도 했고 고산병 증세 없이 컨디션이 좋아서 상게가 어제 못가본 Sky Burial까지 올라가보자고 했다. 원래 등산고자라서 무리해서 Sky Burial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탁상사원까진 2~3시간이면 간다고 하고, 아침 8시인데 오늘 남은 일정은 탁상사원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럼 한 번 가볼까?"하며 길을 떠났다.
캠프를 지나서 정상을 향해 출발! (어차피 탁상사원에 가려면 캠프까지 다시 내려와야 해서 배낭은 두고 몸만 가볍게 다녀왔다) 6편에서도 언급했듯 캠프에서 Sky Burial까지는 왕복 2~3시간 정도 걸린다.
(빨리 오라며 재촉하는 상게) 점점 캠프가 아득히 멀어져간다... 캠프에서 더 올라가면서 고산병이 심해졌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다행히 아직 멀쩡했다. 고산병은 없는거면 언젠가 안나 푸르나 트레킹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야심찬 꿈을 꿔보았다.
Sky Burial에 다가갈수록 보이는 다르촉과 룽다. 밑에만큼 나무가 별로 없어서 조금은 황량한 느낌도 들었다. 바람이 세차서 룽다가 엄청나게 펄럭였다. 룽다가 펄럭이는 장면에는 묘한 안정감이 있어서 정말 하루종일 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Sky Burial 도착! 산 전체가 내려다보이면서 능선도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해발 3,800m 정도 되는 고산지대이다 보니 하늘에 구름이 그렇게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뭐라고 써있는지 잘 모르겠는 표지판) 아침이라 그런지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도 그런데 끼었다 걷혔다 해서 꽤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한게 10시쯤이니까 8시에 출발했다고 생각하면 편도 2시간이 걸렸다. 원래 내려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생각하면 왕복 2~3시간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원래 여기는 오면 좋고 못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산 정상에 올라오니 뿌듯했다.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붐드라 수도원에도 들렀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고양이가 무릎 위에 올라왔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긴 한데 너무 귀여워서 만질 수밖에 없었다. 만져도 도망가지 않는 엄청난 개냥이였다. 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서 한참동안 고양이 사진을 찍고 놀았다. 캠프로 복귀하니 11시 반. 상게는 있다가 탁상사원에 갈 것을 대비해 미리 전통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물 한잔 마시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배낭을 들춰매고 탁상사원으로 출발했다.
붐드라 캠프에서 탁상사원까지 소요시간은 2~3시간 정도. 중간에 점심시간을 감안해도 4시 쯤이면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주로 내리막이라 크게 힘든 건 없었는데, 내가 원래 겁이 많아서 길이 가파르거나 하면 오히려 그런 구간에선 오르막보다 더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다.
드디어 시야에 들어온 탁상사원 (Taktsang Monastery). 탁상사원은 해발 3,140m 정도에 있다. 이렇게 깎아지른 절벽에 어떻게 사원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참 신기하다. "호랑이의 둥지"라는 별명을 가진 탁상사원은 아마 부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일 것 같다. 보통 사원은 "라캉" 수도원은 "곰파"라고 하는데 탁상사원은 둘 다인지 "탁상곰파"와 "탁상라캉" 둘 다 많이 쓰는 것 같다.
붐드라 트레킹 말고 탁상사원 당일치기만 가능?
나처럼 1박 2일로 붐드라 트렉을 타지 않고 그냥 당일치기로도 탁상사원에 방문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나는 붐드라 캠프가 너무 좋았어서 1박 2일 코스를 추천하고 싶긴 하지만, 사실 붐드라 트렉을 통해서 가는 것보다 그냥 탁상사원만 가는게 더 흔한 것 같긴 하다. 탁상사원 당일치기는 왕복 3~5시간의 등산시간이 소요된다. 걷는게 힘든 경우 중간정도까지 일부 구간은 말을 고용(?)해서 올 수도 있는 것 같다.
(지옥의 돌계단) 사실 탁상사원까지 가는 길에 헬은 바로 이 계단이다. 탁상사원 진입하는 쪽에 약 700개 정도의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산 타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들었다. 나이가 많은 관광객들은 여기 계단에서만 한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계단은 말을 타고 갈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서, 결국 스스로 올라가야한다. (사원이 절벽에 세워졌다보니 사원 내에도 계단이 많다....)
다리를 건너는 곳에 60m 정도 되는 작은 폭포가 있다. 여름에 다녀온 사람들 사진을 보면 물줄기가 더 큰 것 같은데, 늦가을이라서 폭포는 그렇게 엄청 크거나 하진 않았다. 사원 입구에서는 비자 검사를 한다. 비자는 상게가 항상 들고다녀서 내가 챙길 필요는 없었다 (*탁상사원 외에도 종에선 대부분 비자 검사를 하긴 한다) 배낭과 카메라도 들고 들어갈 수 없어서 사원 내부는 눈으로만 담아야 했다.
(물품보관소의 치즈 냥이) 탁상사원에서 내려가는 길에도 탁상사원이 엄청 잘 보이는 사진 스팟이 있다. 부탄 엽서에 흔히 등장하는 탁상사원은 아마 이 구도인 것 같다.
(멋지니까 가로 버전도 한번 더!) 전설에 따르면, 티벳불교의 창시자인 "파드마삼바바"의 제자이자, 왕의 아내였던 "예세쵸걀"이 호랑이로 변신해 스승인 파드마삼바바를 태우고 이 곳으로 왔으며, 파드마삼바바는 이곳에 있는 동굴에서 오랫동안 수행했다고 한다. "호랑이의 둥지 (Tiger's Nest)"라는 별명이 그래서 생겼다. 이후 많은 스님들이 그를 따라 이 곳에서 수행했지만, 이곳에 본격적으로 사원이 지어진 것은 17세기이다. 부탄 최초로 왕국을 통일한 샤브드룽 나왕 남겔 (habdrung Ngawang Namgyel)이 이곳에서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보물들을 발견한 뒤 그를 기리는 사원을 세우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약 40년 후 4대 둑떼씨 걀세 텐진 랍게(Tenzin Rabgye) 스님이 그 뜻을 마저 이루었다. 탁상사원은 안타깝게도 1998년 화재로 인해 많이 훼손이 되었었는데, 2005년 보수공사를 통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탁상사원은 흔히 부탄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아무래도 한국하면 경복궁, 이집트하면 피라미드, 파리하면 에펠탑을 떠올리듯, 부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축물이 탁상사원이라서 그런 것 같다. 물론 탁상사원이 엄청 아름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탁상사원이라는 건축물 자체보다는 붐드라 트레킹 1박 2일 경험 전체가 부탄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내려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채차 (Tsa Tsa)를 봤다. 채차는 작은 사리탑 (miniature stupa)인데, 사람이 죽으면 화장한 후 뼛가루와 그가 살던 지역의 흙, 밀가루를 뭉쳐서 만든다고 한다. 큰 탑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서 서민들이 주로 채차를 만든다고 한다. 한 사람의 뼛가루로 여러 개의 채차를 만드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채차를 좋은 곳으로 옮겨 주기도 한다. 탁상곰파도 성스러운 곳이라서 이렇게 누군가의 채차를 두고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의미를 알고 보니,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채차를 옮겨준 간절한 마음들이 더 와닿았다.
탁상사원에서 입구로 내려오는데까지는 2~3 정도가 걸렸다. 내가 탁상사원에 도착했던 게 4시쯤이니까, 탁상사원을 둘러본 시간까지 감안하면 내려와서의 시간은 거의 6시 반~7시였다. 내려오는 길에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서 웬만하면 절대 재촉하지 않는 상게가 조금 더 빨리 걷자고 나를 재촉했다. 근데 내리막에서 오버페이스 하는 바람에 발목을 접질려서 결국 더 늦게 내려오게 된 것 같다. 우리가 휴게소 직원들보다 더 늦게 내려왔으니까 진짜 그날 거의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엄청 어두웠다. 기다리던 파쌍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걱정을 했다.
내려와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몸을 움직이고 먹는 밥은 완전 꿀맛이었다. 여태까지 관광객 식당에서 밥 먹으면 상게랑 파쌍은 나랑 잘 안먹어줬는데, 그새 많이 친해져서 상게가 같이 밥도 먹어줬다. 상게는 원래 술은 잘 안 마신다고 했는데, 이날은 내가 부탄에서 마지막 날이다 보니 같이 늦게까지 맥주도 한잔 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부탄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반응형'해외여행 > 여자 혼자 부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 혼자 부탄] Vol 9. 부탄 여행 에필로그 (다녀온 자의 피땀눈물이 담긴 소소한 팁들) (0) 2023.02.27 [여자 혼자 부탄] Vol 8. 부탄 마지막 날 (충격의 비행기 결항사건과 부탄 당구장 간 썰) (0) 2023.02.27 [여자 혼자 부탄] Vol 6. 부탄 4일차 (부탄에서 제일 좋았던 붐드라 트렉 1박 2일 트레킹 시작!) (2) 2023.02.26 [여자 혼자 부탄] Vol 5-3. 부탄 3일차 (부탄 가족과의 팜스테이, 그리고 충격의 핫스톤배쓰!) (0) 2023.02.26 [여자 혼자 부탄] Vol 5-2. 부탄 3일차 (템플스테이 대신 어때!? 가이드의 수도승 사촌 방문기) (0) 2023.02.25